내가 읽은 시
파과(破瓜) - 신미나
공산(功山)
2019. 1. 5. 11:44
파과(破瓜)
신미나
가난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목사님이 말했는데
손가락이 하나 없는
언니의 머리는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헌금함이 돌아오면
우리는 헌금하는 시늉을 했다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말해 보라고 했다
콧등을 내려다봤을 뿐인데
너희는 착하구나
부끄러움이 뭔지 아는구나
해바라기가 해를 원망하며
노랗게 타들어 가고 있을 때
고사리처럼 몸을 비틀며
지렁이가 죽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