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은어 - 권달웅
공산(功山)
2019. 1. 2. 11:45
은어
권달웅
나 여기 떠나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청량산 육육봉 끌어안고
굽이굽이 돌아나가는 낙동강 상류 물 되리
어머니 쪽진 비녀만한 은어가 되리
하얀 외씨버선만한 은어가 되리
나 여기 떠나 자라난 곳으로 돌아간다면
달밤에 올 고운 안동포 짜는 어머니 바디소리 만나리
저 아득한 바다로 항해하는 수만 척의 배처럼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거슬러 올라가
가슴을 비추던 반짝이는 물 만나리
꿈처럼 이슬 머금고 핀 들꽃 만나리
나 여기 떠나 다시 살 곳으로 돌아간다면
원앙이 새끼쳐나가는 저 먼 비나리 지나
명경처럼 맑은 명호천 지나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내 혈관이 가을 물처럼 맑아지도록
강바닥 속 은모래 환히 비치는 청정한 마음으로 살리
은어처럼 수박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