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바람 불고 고요한 - 김명리

공산(功山) 2018. 10. 27. 09:05

   바람 불고 고요한

   김명리(1959~ )

 

 

   죽은 줄 알고 베어내려던
   마당의 모과나무에
   어느 날인가부터 연둣빛 어른거린다
   얼마나 먼 곳에서 걸어왔는지
   잎새들 초록으로 건너가는 동안
   꽃 한 송이 내보이지 않는다

   모과나무 아래 서 있을 때면
   아픈 사람의 머리맡에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적막이 또 한 채 늘었어요

   이대로 죽음이
   삶을 배웅 나와도 좋겠구나 싶은

   바람 불고 고요한 봄 마당

 

 

   ―《포지션2018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