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혼자 울지 마라 - 정용주

공산(功山) 2018. 10. 23. 14:24

   혼자 울지 마라

   정용주

 

 

   하늘 아래
   어떤 슬픔도
   온전히 한 존재의 몫으로
   주어진 것은 없다

   먼 단풍도
   홀로 붉지 않는다

   한 바람이
   서늘한 능선의 가슴을 쓸면
   마침내 모든 나무가
   서로에게 물들어

   가난한 영혼의 연대가
   온 산에 붉다

   들꽃을 바라볼 때
   꽃의 귀는
   너를 듣는다

 

   홀로 슬퍼 자기를 연민할 때도
   꽃은 피고 사랑은 간다

   한 마음 괴롭히는
   그 까닭으로
   모든 영혼이 운다

   우리는 모두
   물들어 간다
   혼자 울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