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계절노동자들 - 리산

공산(功山) 2018. 10. 10. 20:40

   계절노동자들

   리산

 

 

   마르가리따

   강물이 단단해지면 저 강을 건너 돌아가자

   먼바다에 겨울 폭풍우 내륙 깊숙이에는 서리 먹은 바람이

   우리는 이름이 없는 자

   이름 이전에 다만 살아 번식하며

   아무런 계산에도 셈해지지 않는 자

   그러나 나무들이 잎을 잃는 저녁이면

   가슴이 울렁이고 구토가 났지

   죽음 같은 잠을 자고 깨어나도 끝내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 있어

   오늘은 불길한 바이러스가 한쪽 눈으로 창궐하니

   슬픔과 무관하게 한 눈으로만 울 수밖에

   날마다 눈먼 올빼미는 태어나고

   목말라 목말라 가슴을 쪼아대며 날마다 죽어갔지

   씨앗이 가득 맺힌 들풀들과 병든 고춧대

   가시 많은 장미들을 꺾어 묻던 시절이었어

   마르가리따 어딘가 집에는 방이 있다 했지

   우리 격렬했으나 선의의 심장은 찾을 길 없던 그때

   마르가리따 삐라처럼 나부끼던 시절이었어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201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