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살구가 익는 동안 - 송진권

공산(功山) 2018. 8. 25. 07:33

   살구가 익는 동안

   송진권(1970~ )

 

 

   낡은 유모차가 살구나무 아래 서 있구요

   지팡이와 털신이 뜰팡에 기대어 있습니다

   살구가 한 소쿠리 담겼구요

   처마 아래 신문지와 골판지가 쌓였습니다


   살구를 소쿠리에 담아 샘에서 씻은 유모차가

   천천히 마당을 지나 툇마루에 앉습니다

   깡마른 두 발이 문턱을 먼저 넘어오고

   이어서 무릎걸음으로 퀭한 얼굴이 밖으로 나옵니다

   좀 잡숴봐, 이래 봬두 달아

 

   살구꽃이 피었다 지고 풋살구가 열리고

   연두에서 노랑으로 익어가는 동안

   낙상이 있었고

   119구급차가 두어 번 다녀갔지만

   그런대로 아직은 지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