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버들치 - 김왕노

공산(功山) 2018. 7. 25. 13:59

   버들치

   김왕노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단풍잎이었다가 지는 줄 알았다.

   나는 네 말이 그렇게 떠나는 줄 알았다.

   물이끼 푸른 징검다리 아래서 개울을 건널

   내 콩콩 발소리 기다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

   그리움을 물풀처럼 물고 사는 버들친 줄 몰랐다.

   작은 지느러미 파닥이며 사는 버들치인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