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불가능한 사과 - 홍일표

공산(功山) 2018. 6. 3. 10:15

   불가능한 사과

   홍일표

 

 

   사과는 사과를 완성한 것 같아

   저것 봐

   붉고 푸른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보이지 않는

   사과

 

   사과의 향방을 모르는 사람들이 개를 끌고 나와 거닌다 튼튼한 줄에 묶인 가을, 컹컹 짖어대는 입속에서 오래전 잊었던 사과가 튀어나온다

 

   다행히 붉고 둥글게 노래하는 사과라고 안심한다

 

   혈액형을 묻듯

   사과에게 묻는다

 

   사과는 사과를 몰라서 밤이고

   끝내 사과에 도달하지 못한 사과

 

   꽃 속을 무단출입하던 햇살의

   뜨거운 혀끝에서 태어나는 무명의 덩어리들

   한때 꽃사과라고 불리던

   불우의 한때

 

   다시 사과를 부른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왼손이 미처 만져보지 못한 왼손의 기분도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문학동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