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줄포만 - 안도현
공산(功山)
2016. 5. 29. 17:00
줄포만
안도현(1961~ )
아버지는 붉은어깨도요 1664마리, 민물도요 720마리, 알락꼬리마도요 315마리에게 각각 날개를 달아주고 눈알을 닦아주었다 그들의 부리를 매섭게 갈아 허공에 띄워 올리는 일이 남았다
가을 끄트머리쯤에 포구가 폐쇄된다고 한다
아버지의 눅눅한 사타구니로 자글자글 습기가 번질 것 같다 어머니가 먼저 녹슬고 서글퍼져서 석유곤로에 냄비를 얹겠지
나는 가무락조개 빈 껍질처럼 하얗고 얇구나 수평선을 찢을 배 한 척 어디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