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2016년 11월 12일 저녁 플라자호텔 앞 - 김주대

공산(功山) 2017. 11. 30. 23:04

   20161112일 저녁 플라자호텔 앞

   김주대

 

 

   숯처럼 새까만 얼굴 팥알 눈 하나가 거대한 촛불 행렬을 표정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낡은 운동화와 때에 전 바지 사이로 삐져나온 맨발의 발목은 각목처럼 야위었다. 붉은 노끈으로 묶은 배낭에 걸레 같은 이불을 돌돌 말아 짊어지고 있었는데 함께 묶인 냄비가 반질거렸다. 촛불 행렬이 다 지나갈 때까지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있던 사내가 대형 스피커에서 하야가(下野歌)가 흘러나오자 몸을 조금씩 앞뒤로 움직였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구속하라 구속하라 구속하라, 함성이 광장을 흔들었다. 몸을 조금씩 움직이던 사내는 남이 보이지 않게 살짝 주먹을 쥐고는 시위대의 후창에 맞추어 세 번 주먹을 소매 아래로 내뻗었다. 분노한 시민들의 함성을 따라 사내는 계속 가만가만 미세하게 주먹을 내뻗고 있었다. 노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