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돼지머리 집 앞에서 전생을 보다 - 함태숙
공산(功山)
2017. 8. 27. 13:31
돼지머리 집 앞에서 전생을 보다
함태숙
어쩌면 삼천대천세계 나아갈 적에
펄펄 끓는 물에 몸 삶기우는 것도
업장 녹일 큰 벌을 받듯
새끼 발길질로 묵직하던 아랫배와
헐릴 듯 물리던 젖꼭지와
핏물 배인 겹겹의 살점들
봉다리 봉다리 들려 보내고
다만 한 미소를 깨우친
돼지머리, 저 불두
지장경 지장경
솥물 끓는 소리를 내며 꿈꿨을 것이다
아이를 업고 안고 걸리고
저잣거리를 지나는
이 아름다운 내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