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功山) 2017. 7. 16. 10:10

   가을

   기욤 아폴리네르

 

 

   안개 속으로 멀어진다 안짱다리 농부와

   암소 한 마리 느릿느릿 가을 안개 속에

   가난하고 누추한 동네들 숨어 있다

 

   저만치 멀어지며 농부는 흥얼거린다

   깨어진 반지 찢어진 가슴을 말하는

   사랑과 변심의 노래 하나를

 

   아 가을 가을은 여름을 죽였다

   안개 속으로 회색 실루엣 두 개 멀어진다

 

 

  ― 『사랑받지 못한 사내의 노래 민음사, 황현산 옮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