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무릎 꿇다

공산(功山) 2015. 11. 15. 14:23

   무릎 꿇다
   김사인

 


   뭔가 잃은 듯 허전한 계절입니다.
   나무와 흙과 바람이 잘 말라 까슬합니다.
   죽기 좋은 날이구나
   옛 어른들처럼 찬탄하고 싶습니다.
   방천에 넌 광목처럼
   못다 한 욕망들도 잘 바래겠습니다.

   고요한 곳으로 가
   무릎 꿇고 싶습니다.

   흘러온 철부지의 삶을 뉘우치고
   마른 나뭇잎 곁에서
   죄 되지 않는 무엇으로 있고 싶습니다
   저무는 일의 저 무욕
   고개 숙이는 능선과 풀잎들 곁에서.

   별이 총총해질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