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인

고비사막 어머니

공산(功山) 2015. 11. 15. 14:13

   고비사막 어머니
   김사인


   1

 

   잘 가셨을라나.
   길 떠나신지 벌써 다섯해
   고개 하나 넘으며 뼈 한자루 내주고
   물 하나 건너면서 살 한줌 덜어주며
   이제 그곳에 닿으셨을라나.

   흙으로 물로 바람으로
   살과 뼈 터럭들 제 갈 길로 보내고
   당신만 남아 잠시 호젓하다가
   아니, 아무것도 아닌 이게 뭐지, 화들짝 놀라시다가
   그 순간 남은 공부 다 이루어
   높이 오른 연기처럼 문득 흩어지셨을까.

   2

 

   어디 가 계신가요 어머니.
   이렇게 오래 전화도 안 받으시고
   오늘 저녁에는 돌아오세요.
   콩국수를 만들어주세요.
   수박도 좀 잘라주시고
   제 몫으로 아껴둔 머루술도 한잔 걸러주세요.
   술 잘하는 아들 대견해하며, 당신도 곁에 앉아 찻숟갈로 맛보세요 나는 이렇게만 해도 취한다 하시며.
   어머니, 머리도 좀 만져봐주세요 손도 좀 잡아주세요 그래, 너희는 살기 안 힘드니, 물어봐도 주세요.
   너 피곤한데 내가 자꾸 붙잡고 얘기가 길다, 멋쩍게 웃으시며, 그래도 담배 하나 더 태우고 건너가세요 어머니.

   3

 

   혹시 머나먼 고비사막으로 가셨나요 어머니는.
   낙타들과 놀고 계시나요.
   꾀죄죄한 양들을 돌보시나요.
   빨갛게 그을은 그곳 아낙들의 착한 수다 들어주고 계시나요.

   그럼 저는 어디로 흘러가야 할까요.
   꼭 당신을 만나자는 건 아니지만
   달아나는 돌들과 자꾸만 뒤로 숨는 풀들과
   붕분 위로 부는 바람 하나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가시고도 밥솥의 밥은 따뜻하고
   못난 아들 형과 나는 있고
   아이들은 눈싸움을 조르고
   어머니 가시고도 꽃 피고 잎 지고
   꺼끄러운 수염은 자라고
   술도 있고요.
   그곳은 그곳대로
   모쪼록 그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