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빈집 - 강동수

공산(功山) 2016. 10. 21. 00:30

   빈집

   강동수

 

 

   백년만의 폭설이 다녀갔다

   산등성이 오래된 집에도 꼭 백년 전처럼

   눈이 쌓였으리라

   마지막 눈길을 치우던 어머니가 떠난 뒤

   아직 창고에서 나오지 못한 눈삽 빗자루

 

   빈 우체통처럼 부재중인 집에도

   그때처럼 눈이 쌓이고 먹이를 찾아나선 참새들만

   부지런히 발자국을 남기리라

   저녁마다 내 영혼의 안식을 위해

   그곳에서 잠자고 일어나리라던 맹세도

   방안에 놓아둔

   한 권의 시집과 또 한 권의 노트도

   눈 속에 갇혔으리라

 

   그곳은 멀다

   백년 동안 걸어야 할 그곳

   어머니가 계신 곳

 

 

   ―『누란으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