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들꽃 - 이근배

공산(功山) 2019. 4. 22. 14:41

   들꽃
   이근배(1940~ )

 


   이름을 가진 것이
   이름 없는 것이 되어
   이름 없어야 할 것이
   이름을 가진 것이 되어
   길가에 나와 앉았다.

   꼭 살아야 할 까닭도
   목숨에 딸린 애련 같은 거 하나 없이
   하늘을 바라보다가
   물들이다가
   바람에 살을 부비다가
   외롭다가
   잠시 이승에 댕겼다가 꺼진
   반딧불처럼
   고개를 떨군다.
   뉘엿뉘엿 지는 세월 속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