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검은 빛 - 김현승

공산(空山) 2020. 11. 6. 16:43

   검은 빛

   김현승

 

 

   노래하지 않고,

   노래할 것을 더 생각하는 빛.

   눈을 뜨지 않고

   눈을 고요히 감고 있는 빛.

 

   꽃들의 이름을 일일이 묻지 않고

   꽃마다 품안에 받아들이는 빛.

 

   사랑하기보다 사랑을 간직하며, 허물을 묻지 않고

   허물을 가리워 주는 빛.

 

   모든 빛과 빛들이 반짝이다 지치면,

   숨기어 편히 쉬게 하는 빛.

 

   그러나 붉음보다도 더 붉고

   아픔보다도 더 아픈,

   빛을 넘어 빛에 닿은 단 하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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