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시

기타가 버려진 골목 - 조 원

공산(空山) 2020. 10. 4. 07:33

   기타가 버려진 골목

   조 원

 

 

   진눈깨비 내리는 골목

   깡마른 철문 아래 그녀, 덩그러니 앉았다

 

   울림구멍 휘돌아

   환하게 퍼지던 목소리

   어디에서 끊어졌나, 생의 테두리가 뭉개진 듯

   귓가는 물먹은 판지처럼 먹먹하고

   어느새 얼굴에도 나뭇결이 깊다

 

   기억 속 줄감개를 조여 허공을 탄주하던 바람과

   헌 옷가지에 비닐을 덧댄 창문으로

   종종거리며 달려오던 진눈깨비, 저 허깨비들

   공명으로 잡지 못한 시간을 새하얗게 덮고 있다

 

   텅 빈 젖무덤 자리

   적빈의 쥐꼬리만 드나들고

 

 

  『슬픈 레미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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